세월 참 빠르다. 2011년6월초에 제주로 왔으니까 올해로 만 4년이 된 셈이다. 건강상 이유 때문에 남보다 좀 빨리 은퇴를 하긴 했지만 혼자 제주생활을 하게 될 줄은 나도 뜻밖이다. 이는 마누라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이가 차츰 들게 되면 여자들은 꼬박 세끼씩 찾아 먹는 삼식이 남편이 꼴도 보기 싫어진다고 하니 나도 말년에 마누라한테 “팽”당하고 제주로 유배(?) 보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제주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혹자는 나를 두고 돈이 많은 부자인줄로 착각을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쥐꼬리만 한 연금을 받아 근근이 끼니만 해결하는 정도이고 제주에서 혼자 먹고 살 것이 부족하면 대략 한 달 중, 반은 대구 집으로 가 마누라가 귀찮아 할 것 같은 삼식이 생활을 잠깐씩 한다. 이것이 은퇴후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혼자 생활하면 불편하지 않느냐? 지루하지 않느냐? 빨래와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느냐? 등등.. 삶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다른 건 몰라도 끼니 해결이 제일 큰 문제였다. 뭇남편들처럼 나도 거의 매일 차려주는 밥상이 아니면 밥 먹을 줄 몰랐다. 밥은 여자가 차려주는 것으로 알았고 간혹 남자가 라면을 끓이는 날이면 온 가족이 맛 봐가며 그날은 대단한 일 하나를 한 것인 양 의기양양했었다. 그러던 내가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궁하면 통한다고 했듯이 부단한 노력 덕분으로 지금은 자칭 요리하는 남자로 바뀌었다. 내가 봐도 대견스럽고 실로 우화와 같은 얘기다. 정모씨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퇴직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마누라로부터 매일 삼시 세끼 꼬박 챙겨먹는 삼식이가 되어 있다. 지금도 라면조차 끓이지 못하는 것이 자랑인양, 남자가 어떻게 라면을 끎이냐며 자기 과시를 늘어놓을 때마다 난 그의 무능함을 질책하며 내가 요리 할 줄 아는 남자로 바뀌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해 주지만 그는 아직도 밥은 여자들만이 하는 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미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모두 삼식이 취급을 당하는 판에 그는 지금도 상투머리에 곤방대 입에 물고 독보적인 경상도식 삼식이 행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도 남자의 대단한 능력으로 봐줄 수도 있겠다.
1)요리의 맛은 재료가 좌우한다. 재료가 싱싱하고 좋으면 무조건 맛나게 되어있다. 2)좋은 재료는 여러 가지 양념이 필요치 않다. 재료 그 자체의 맛을 즐겨야 한다. 3)부엌을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리하고 요리를 하게 되면 맛도 저절로 좋아진다. 4)양념요리를 할 때는 소위 말하는 황금레시피(인터넷검색)를 참고한다. 5)요리하기 복잡한 종목과 구하기 힘든 재료는 평생가도 요리해 먹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요리를 하면서 터득한 진리다. 오늘 논짓물 바닷가에서 낚시를 했는데 제법 시알 굵은 복어 한 마리와 큰 숭어 한 마리, 쥐치 두 마리를 낚았다. 숭어와 쥐치는 손질해서 냉동 시켜놨고 복어는 독이 있어 내장을 몽땅 빼내고 저녁밥상에 무와 청량고추, 파만 넣고 맑은 국을 끊었다. 맛이 좋았던 것은 오늘 잡은 싱싱한 복어가 들어간 덕분이었다. 제주에서 사는 가장 큰 즐거움은 싱싱한 해산물에 있다. 그 많은 해산물 중에 내가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한 황금 레시피를 따라하면 거의 실패할 확률은 드물다. 요리를 해 놓으면 맛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제주만 오면 반드시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삼식이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요리하는 삼식이가 제주 특산물인 갈치조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누구나 제주에 오면 갈치조림정도는 한 번씩 먹게 된다. 내가 4년 전에 처음 제주에 왔을 그해 여름은 갈치 잡이 풍년으로 서귀포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마다 갈치 잡이 선원을 못 구해 안달이었다. 밤에 서귀포 앞바다를 내려다보면 온통 갈치 잡이 배들로 대낮같이 훤했다. 그해가 갈치 잡이 마지막 해였던 것 같다. 그 후 오늘까지 갈치는 씨가 말랐는지 아님 수온이 변해 갈치가 떠났는지 잘 잡히지 않아 가격이 금치가 되었다. 요즘 킬로에 상품은 4만원이상 호가하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일 킬로를 저울에 달더라도 머리 때 내고 내장 발라내면 그야말로 감칠맛만 나는 크기로 확 줄어든다. 따라서 식당에서 파는 갈치조림도 두세 토막 넣어 주고는 최소 삼만 원 이상 받는다. 갈치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좋은 갈치로 조림 하기는 엄두가 안 난다. 서귀포에 오일마다 서는 장(4,9일장)에 가면 씨알은 좀 가늘지만 조림용 갈치를 싸게 판다. 만원어치 사면 4인가족 두 번정도는 넉넉하게 조림 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갈치조림은 요즘처럼 갈치가 비쌀 땐 오일장에서 산 잔 갈치를 듬뿍 넣고 무, 감자, 시래기등 야채를 많이 넣어 갈치 맛이 야채에 고루 베게 하여 갈치대신 야채 건더기를 먹는 방법이다. 갈치는 뼈가 많고 억세서 발라먹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갈치 양념이 벤 야채는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맛도 갈치 맛 그대로 난다. 준비물은 갈치, 멸치육수, 무, 파, 양파, 감자, 무청(시래기)만 있으면 된다. 다음은 양념장을 준비하는데 양념장은 조림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일전에 생생정보통에서 전국 최고의 맛집에서 공개한 황금레시피 양념장을 참고했다. 티비에 소개할 만큼 확실한 양념장이며 조리해 보면 과연 맛이 기가 막힌다. 간장2술, 다진마늘2술, 고춧가루2술, 고추장반술, 참기름반술, 소주한술, 올리고당2술, 생강매실이 혼합된 미각3술, 청량고추1개로 양념장을 갠다.
조리방법
1. 손질한 갈치는 후추와 소금을 뿌려 30분이상 재어둔다.
2. 냄비에 시래기, 감자, 무, 갈치 순으로 깔고 멸치육수를 잠길 정도로 붓는다.
3. 끓으면 양념장을 붓고 중불에서 졸인다.
4. 육수가 반으로 졸여지면 양파, 파를 넣고 한번 더 졸인다.
만약 무청(시래기)이 없으면 안 넣어도 되지만 있다면 미리 푹 삶아 껍질을 벗겨 사용하면 한결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만들기는 쉬운 반면 맛은 정말 괜찮다. 제주에 친구들이 자주 오는데 와서 먹어본 친구들 왈...
“내 마누라 솜씨보다 훨 낫다.”
2015년6월13일
주)사진은 막내 딸래미, 손자, 손녀가 지난 4월에 와서 한달간 제주에 머물다 간 흔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