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도 무시무시한 가시가 지느러미에 솟아 있다. 독가시치는 독을 쏘기 위해 미친듯 날뛰지만 신기하게도 꼬리를 잡으면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
요즘 제주 앞바다에서 낚시로 잡히는 흔한 어종 중에 아열대성 어종에 속하는 독가시치란 고기가 있다. 제주 방언으로는 “따치”라고도 하고 “따돔”이라고 하기도 한다. 낚시에 걸러들면 잡아당기는 힘이 대단하여 마치 잡고 있는 낚싯대가 “따다다” 하는 것처럼 묵직한 손맛이 전해진다 해서 “따돔”이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제주도 바닷물 수온이 상승하면서 여름철에 특히 많이 잡힌다. 이 고기는 미역과 해조류를 뜯어 먹고 살기에 이 고기의 내장에는 언제나 해조류가 소화되면서 나는 역한 냄새가 있다. 어떤 이는 오줌냄새 같기도 하면서 혹은 구린내가 난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곰삭은 홍어를 즐기듯 식성이 유별난 사람은 오히려 이 고기의 냄새도 별미에 속한다 하여 아주 특별취급 하는 이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얼마 전만 해도 제주 앞바다에는 조기, 갈치, 옥돔등.. 고급어종들이 많이 잡힌 탓도 있었지만 이 고기를 손질하는 방법을 몰라 단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제주 사람들은 아예 독가시치를 고기 취급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독가시치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냄새와 더불어 한번 쏘이면 큰 고통을 주는 무시무시한 독도 지니고 있다. 생김세도 다른 고기들처럼 잘 생겼거나 깔끔하지는 않다. 몸에 비늘이 없고 비닐 장판처럼 얼룩무늬가 있어 마치 아프리카의 하이에나를 연상 시키는 고기다. 복어와 같이 알 속에 독이 있는 것은 아니고 등과 배지느러미에 박혀있는 가시에 독선이 있어 여기에 쏘이게 되면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주로 낚아 올려 살림망에 넣을 때와 고기를 손질하기 직전에 바동대는 가시에 많이 쏘이게 된다. 나도 낚시하면서 장갑낀 손가락 사이로 스치듯 두어 번 쏘여본 경험이 있는데 오랫동안 손가락이 끊어지는 듯 한 아픔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심하면 응급실에 가서 처치를 받아야할 만큼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참기 힘든 고통이 수일간 지속된다고 하니 아마도 그 고약한 냄새와 함께 독이 무서워 식용을 꺼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고기의 독선이 있는 가시로 요리를 해 먹어본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이 독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는 듣질 못했다. 단지 통증이 나타나는 걸로 봐서 잘못 먹으면 사람 잡는 복어의 독성과는 달리 고통만 주는 독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성이 강한 고기 일수록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복어가 맛있는 이유도 독이 있기 때문인데 독가시치도 회로 먹으면 매력적인 식감과 더불어 독특한 회 맛이 일품이다.
독가시치를 낚시로 낚으려면 떡밥을 미끼로 써야 입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새우미끼에도 반응은 하지만 식성이 해조류를 먹는 식물성 취향이라 새우를 갈아 밀가루에 반죽한 미끼를 사용하면 잘 낚인다. 매끈한 모양과는 달리 독가시치는 힘이 장사다. 보통 낚이는 크기가 30센티 내외인데 입이 덩치에 비해 적어 입질도 약한 편이다. 대신 한번 물었다하면 마치 큼직한 대어가 걸린 것처럼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 손맛은 실로 대단하다. 바다고기의 손맛을 제대로 느껴 보고 싶다면 이 고기의 채비를 하면 된다. 주로 여름철 뱅어돔과 같이 잡히는 고기라 낚아 올려도 독 때문에 처리가 귀찮아 낚시꾼들에게 크게 대접 받지는 못하지만 회 맛을 아는 사람은 꼭 챙기는 고기다. 대체로 갈치, 멸치, 꽁치등... 치로 끝나는 고기들이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독가시치도 예외는 아니다. 잡아서 살림망에 담가둬도 두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독가시치는 죽으면 내장의 고약한 냄새가 금세 온 몸으로 퍼져 못 먹게 되는데 회로 먹으려면 살아 있을 때 바로 손질을 해야만 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낚시터에서 살아 있을 때 내장을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많이 잡힐 때는 회로 다 처리할 수 없어 말려 구워도 먹고 매운탕도 해 봤지만 다른 생선에 비해 특이한 맛을 느낄 수 없고 그저 밋밋한 맛이다. 오로지 살아 있을 때 요리하여 회로 먹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특히 고깃살을 가늘게 썰어 회덮밥으로 먹으면 가자미 회덮밥 못지않게 식감이 좋다.
독가시치를 손질할 때는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고 반드시 장갑을 끼고 고기를 손질하는데 이 고기만의 독특한 손질법을 숙지하지 않는다면 냄새로 인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먼저 독에 쏘이지 않기 위해서는 가위로 지느러미 가시부터 모두 잘라낸다. 그리고 머리를 자르면 신기하게도 뱃속에 있는 내장이 동시에 쏙 빠지게 되는데 이때 내장이 터지면 안 된다. 고약한 냄새가 고기 살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이 고기의 이런 손질법은 냄새가 베이기 전에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순식간에 해치워야 한다. 일반인이 독가시치 회를 맛보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복어도 전문식당에서 자격 있는 요리사가 독을 제거 하듯이 독가시치도 아무나 요리했다가는 고약한 냄새에 맛을 버리기 십상이다. 그 대신 손질법만 잘 숙지한다면 회 맛은 일품이다. 힘이 좋은 고기라 육질도 단단해서 식감이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낚시 경력 삼년에 전문 꾼으로부터 어종에 따라 회 뜨는 방법도 배웠지만 서당 개 삼년에 풍월은 고사하고 아직도 회 치는 솜씨는 여전히 서툴러 매번 잡아와 봤자 말려 구워 먹거나 매운탕이 고작이었다. 작년 여름에 유럽여행을 하면서 독일을 다녀왔는데 그 유명한 횟 칼 하나를 비싸게 주고 구입해 온 이후 나도 요즘은 회 뜨는 기술이 많이 발전하긴 했다. 역시 목수는 연장이 좋아야함을 깨달았다. 독가시치는 고기가 살아 있을 때 전광석화처럼 내장을 뽑아내는 것 말고는 칼만 좋으면 아무나 쉽게 회를 뜰 수 있는 고기인걸 보면 내가 자신 있게 회를 뜰 수 있는 유일한 고기가 독가시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고기를 잡으면 지금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고민을 한다. 이놈을 회로 먹을 것인가? 아님 매운탕을 해 먹을 것인가? 낚시로 잡아 살아 펄떡이는 고기는 아무래도 회 맛에 더 군침이 돌긴 하지만 아직도 회 뜨는 기술이 일천하여 그림의 떡일 경우가 더 많다.
2017년 2월
주)사진은 스마트 폰으로 촬영된 것임.